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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리더-정진섭] 제약 분야의 파이프라인 프로덕트 보호

2021-10-04 오피니언/학술

제약 분야의 파이프라인 프로덕트 보호


파이프라인이란 간단히 말해서 아직 상품으로 가시화 되지는 않았지만 연구화 단계의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특히 제약분야에서 장차 특허등록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아직 개발 중이거나 시판되지 않은 의약품을 파이프라인 프로덕트(Pipeline Product)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제약회사에서 R&D에 투자한다고 하면 다양한 파이프라인 개발과 진행에 목표를 두고 장기적인 사업추진을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A라는 회사에서 1팀은 항생제를 개발하고, 2팀은 항암제를 개발하고, 3팀은 소화제를 개발한다고 할 때 이것들 하나하나가 파이프라인이라 할 수 있다, 제약회사에 파이프라인이 많으면 당연히 추후 개발에 성공하여 신약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므로, 회사 입장에서 현재의 매출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가진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파이프라인의 숫자보다 그 내실이 더 중요함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제약분야에서 파이프라인 보호의 중요성을 처음 인식하게 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이었다. 그때까지 후발 개발도상국이던 우리나라가 88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세계화 정책과 개방경제를 본격 추진하던 시점이었다. 당시 한미 지적재산권 협상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의 특허법이 화학제품과 의약품에 대한 물질특허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미국산 특허제품의 불법복제와 제3국으로의 수출이 성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미국의 손실이 막대하다고 불만을 표시하였다. 이에 우리 정부는 물질특허 제도를 신규 도입하고, 이른바 ‘미시판 의약품 보호대상품목’(Pipeline Products) 보호에 합의하는 등 미국측 요구를 광범위하게 수락하였다.주1)


당시 우리 정부와 제약업계가 생소한 물질특허 제도를 받아들이고, 선진국 제약회사의 파이프라인 보호에 동의한 것은 매우 모험적인 선택이었지만, 여기에서 얻게 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불과 30여 년 만에 의료산업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과감한 정책 전환이었으며, 한미 양국에 상호 이익이 된 쌍무협상의 성공사례가 아닐 수 없다. 


결국 1995년 WTO 출범당시 제약분야의 파이프라인 보호 문제는 국제 지적재산권 협상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그리고 당시 발효된 WTO TRIPS협정에는 물질특허의 도입을 회원국의 의무사항으로 하고, 일부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을 위한 전환기간을 허용하는 조항을 두었다.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선진국들은 TRIPS협정에 ‘파이프라인 프로덕트’에 들어있는 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대상물에 대한 보호가 적용되기를 원했으나, 오랜 협상 끝에 이른바 ‘파이프라인’에 있던 의약품 발명의 보호 조항은 두지 않기로 타결된 것이다.

https://www.wto.org/english/tratop_e/trips_e/pharma_ato186_e.htm#fnt2


한편 올해 6월 WTO에서는 COVID-19 백신, 진단법, 치료법 제품 및 서비스에 관련된 특허, 저작권, 디자인, 영업비밀 등 지적재산권 권리행사의 보류에 대해 공식적인 교섭을 시작하였다. 이것은 미국을 포함한 100개 이상 회원국의 지지를 얻고 있으며, 12월에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움직임은 보편적 인류애를 실천하기 위해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코로나 백신 접근성을 개선하여 공평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보장하고, 전 세계적인 전염병 유행을 종식시키기 위해 선진국과 최빈국 사이의 극심한 공중보건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협상 노력의 하나다.  

https://www.globalcitizen.org/en/content/world-trade-organization-covid-19-patents


그동안 WTO TRIPS 협정은 지적재산권 권리자와 사용자의 이익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왔다. 하지만 기존의 지적재산권 보호 조항이 백신기술 및 인명구조를 위한 의료도구나 진단기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어서, 인류 보건을 위해 저개발국 및 최빈국을 위한 지재권 면제 등의 새로운 규범을 모색해야 할 책임을 맡게 된 것이다. 


다만 WTO 공식 교섭 결과가 어떻게 내려지든 간에, 백신 기술의 개발자가 특허출원을 한다 해도 기술내용을 전부 공개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의약품 제조기술은 0.01%만 공개되지 않아도 그 효과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부작용이 클 수 있으며, 그 기술을 실시 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인 최적 형태(best mode)를 공개한 것인지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선진국 개발자들은 코로나 진단 및 치료 관련 파이프라인 프로덕트의 보안 관리에 주력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지금도 선진 각국의 의약품개발 회사들은 특허 등록되지 않은 미시판 파이프라인의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이프라인은 아직 연구실 내에서 비밀리 또는 비공개로 내부 통제 하에 개발 중인 것이어서 영업비밀(Trade Secret)로 보호될 수는 있으나, 신약 개발의 기밀이 공개되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 그 핵심기술을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인류가 특허권, 저작권을 비롯한 지적재산권 제도를 창안한 이유는 창의력 발휘에 따른 인센티브를 보장함으로써 인류문명의 발전과 복리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COVID-19 대유행 종식을 위한 WTO의 지재권 면제방안의 교섭이 진행된다 해도, 전면적인 지재권 면제방안이 도입되기는 어렵고, 최빈국이나 저개발국을 위한 한시적인 특례로 실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이 파이프라인 프로덕트의 보호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디 지적재산권 권리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개발자의 인센티브를 지키는 보상책을 확보하면서도, COVID-19 대유행으로부터 수많은 인명을 구제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백신, 진단법, 치료법 등 관련 기술 제품과 서비스가 더욱 보편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WTO 회원국들의 합리적인 토론을 통한 최선의 결과가 조속히 도출되기를 바란다. 


주1)

1986년 한미통상협상 당시, 미시판(未市販) 물질특허 보호대상은 1980.1.1.이후 미국에서 특허되고, 1987.7.1.현재 한·미 양국에서 시판되지 아니한 것으로서, 한·미 양국 협의기구에서 선정한 품목이며, 보호방법은 특허권자의 사전승인이 없을 때에는 행정지도를 통하여 국내생산 및 판매허가를 거부하도록 하여, 보호기간은 1987.1.1.부터 1997.6.30.까지 10년간으로 정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1988.5. 한미 무역실무회의 개최시에 보호기준을 합의하여 화합물 및 조성물을 행정지도를 통해서 10년간 보호해 주기로 했는데, 그 구체적 합의내용을 보면 한국측은 전기 5년간은 모든 품목을, 후기 5년간은 특허를 상품화하기 위하여 미국 FDA가 발급하는 신약 신청자료를 제출한 품목에 한하여 보호해 주고, 미국측은 행정지도를 위하여 필요한 품목명세서(구성성분)와 신약신청 여부 판단에 필요한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제약산업 # 파이프라인 #미시판물질특허 # 코로나백신 # 한미통상협상 #COVID19 #백신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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