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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더 이성찬] 계약 관련 오용하기 쉬운 용어들에 대하여

2021-09-14 오피니언/학술

계약 관련 오용하기 쉬운 용어들에 대하여


케이엔파트너스 변호사 이성찬


필자는 지난 번에 창업기업들이 계약 체결 시 흔하게 저지르곤 하는 실수들을 지적하며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작성한 바 있다. 이번 글은 지난 글의 연장선에서 계약서 작성 시 반드시 이뤄져야 할 용어의 통일(정의규정)의 필요성과 법률용어들 중 오용하기 쉬운 예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우선 모든 계약서에서 계약 당사자와 계약의 목적물을 정하는 것 다음으로 시급하게 확정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용어의 정리라고 할 수 있다. 당사자들이 서로 어떤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대략적인 의사의 합치를 본 이후에 계약서 작성 단계에 돌입하는 것이 통상적이므로, 용어의 정리가 실질적인 계약서 작성의 최초 작업인 셈이다.


일상생활의 글, 수필, 논설 등 법률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같은 단어라도 유의어를 사용하여 다채로운 용어와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 글을 보다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들곤 한다. 그렇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이러한 어휘의 다양성과 창의성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기 때문에 분쟁의 화근이 된다. 글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작성한 계약서가 나중에 법적 분쟁의 씨앗이 된다니 아이러니하다.


먼저 정의규정을 통해 용어의 의미와 범위를 확정하였다면, 앞으로 모든 계약의 이행과정에서는 계약서에서 정의한 용어로 통일하여 사용해야 한다. 계약은 당사자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해서 그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용어의 의미와 활용례도 당사자들이 정하기 나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합의를 통해 용어의 의미를 확정한 정의규정이 있어야만, 서로 다른 지역, 문화, 종교, 언어권에 있는 상대방과도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다른 의미로 사용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유의어, 유사어들이 계약서 곳곳에 등장하는 순간 법정에서 용어의 해석에 대한 다툼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다음으로 일견 비슷해 보이는 법률용어이지만 그 의미가 달라 오용하기 쉬운 것들을 정리해본다. '보상'과 '배상'은 손해를 물어준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그 원인행위의 적법성에 따라 다르게 사용된다. '보상'은 원인행위가 적법하지만 이로써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를 갚아주는 의미의 용어이다. 예로 국가가 적법한 행정처분으로 토지 수용을 하면서 토지소유자들에게 '보상'을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반면, '배상'은 다른 사람의 권리 등을 침해한 사람이 피해자에 대하여 손해를 갚아주는 것으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이 대표적이다.


또 실수하기 쉬운 용어로는 '해제'와 '해지'가 있다. 그 차이는 계약의 효력이 없어지는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것으로, '해제'는 계약을 체결하였던 과거의 시점까지로 소급하여 마치 계약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하는 효과가 있지만, '해지'는 계약의 효력이 해지 이후의 장래 시점부터 소멸되는 것이다. 해제는 계약의 효력이 소급하여 소멸되므로 기존에 이미 계약의 내용으로 일부 이행된 부분이 있다면 그 상대방은 이미 이행된 그 급부를 원상회복으로 반환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비슷하지만 다른 것으로는 '협의'와 '합의'도 있다. 이 두 용어는 두 사람 이상의 여럿이 한 자리에 모여 어떤 일에 대하여 의논한다는 뜻이지만, 그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 "노사정이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하여 협의에 나섰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뉴스기사를 본 적이 있다면 이 오묘한 어감의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다. 당사자 간에 협의사항이나 협의내용은 그 자체로 바로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당사자 간의 의사가 조율되어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민법전에서는 우리의 통상적 언어생활에서 '합의'라고 사용할 수 있는 경우를 '협의'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용어 사용에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일례로 합의이혼이 맞을 것 같지만 협의상 이혼이라고 표현함). 법률에서조차 용어가 혼용되는 예가 적지 않으므로, 가장 안전한 방법은 필자가 서두에서 언급한 용어의 정의규정을 꼼꼼히 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용어는 '무효'와 '취소'이다. 결론적으로 계약이 파국을 맞이하였다는 의미 같으나 이 용어를 계약서에 섞어 사용하거나 오용하게 되면 매우 골치아픈 일을 겪을 수밖에 없으니 조심해야 한다. '무효'란 처음부터 효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어느 누구든 기간의 제한없이 자유롭게 그 효력이 없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취소'는 취소권을 가진 어느 사람이 취소기간 내에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일단 계약의 효력이 유효하다고 인정받는다. 처음부터 효력이 없는 경우와 일단은 유효하지만 일정 기간 내에 취소권자의 취소권 행사여부에 따라 효력의 유무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으므로 용어의 사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비슷하게 보이는 용어들이지만 그 사용례와 용처, 효력이 다른 법률용어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계약서 초안을 작성한 이후 폭탄을 제거하는 심정으로 여러 차례 거듭 검토를 하면서 추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조항이나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조항들을 수정하면서 계약서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의 계약내용을 지배할 용어들의 정의를 꼼꼼하고 촘촘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체결하고자 하는 계약이 최악으로 치달았을 때 예상되는 여러 상황들을 해당 계약서의 내용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지를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고 조금씩 보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 프로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많은 도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9-14 18: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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