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ESG라는 단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경영, 경제 페이지에서나 보일 것 같은 단어들이, 인터넷 뉴스 첫 화면에 뜨기도 하고, 간단하게만 검색해보아도 LG화학, 한화투자증권 등 민간부문 뿐 아니라, 부동산원, 한국중부발전 등 다양한 공공부문에서도 ESG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금융기관에서는 대출 심사, 채권 발행 등 금융 상품을 취급함에 있어 ESG를 하나의 평가 지표로 검토 중이며, 투자 업계에서는 ESG 평가를 통해 투자를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 ESG란 무엇이며, 국내외 동향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그렇다면 글을 읽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이 부분은 다소 원칙적으로 들릴 수 있겠습니다.) 우리 아고라인 분들께 지면을 통해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따 약어화 한 것으로, 기존에 재무제표로 대표되던 재무적 성과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고자 하고자 하는 움직임이자, 개념을 의미합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재무제표의 각 재무적 요소는 기업의 성과를 단기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해주었다면, ESG는 이에서 범위를 넓혀, 기업의 성과에 대해 보다 장기적인 평가와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들로 여겨집니다. 아래는 ESG 각 항목에 대한 예시 항목들입니다.
(출처: 금융투자협회)
ESG의 E에 해당하는 환경의 경우, 인류의 생산과 소비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은 산업혁명 이후부터 지속하여 오다 1950년대 일어난 런던 스모그 사건, 이타이이타이병, 미나마타병 같은 대형 환경 사고들로 인해 그 심각성이 대두되었고, 산업 활동이 인간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지식인들을 통해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반에는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으며, 각종 저술이 출간되었습니다.
1972년, 로마클럽이 발간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을 통해 과학기술이 초래한 환경오염의 위험이 전면적인 논쟁으로 확산되었고,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양립할 수 있는지의 논쟁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이 등장하였습니다. 그 논쟁의 연장선에서 같은 해 12월, ‘유엔환경계획(UNEP: UN Environment Programme)’이 발족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1979년 프랑스의 생명(BIO) 경제학자 르네 파세는 경제시스템과 사회시스템의 상호관계를 통해 경제의 안정적인 지속을 위해서는 사회와 환경적 기반이 필수라고 주장하였으며, 지속가능한 개발의 개념이 E, 즉, 환경(Environment)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S에 해당하는 사회(Social)에까지 확대되는 계기를 제공하였습니다. 이는 향후 여러 논의를 거쳐 ESG의 이론적 토대가 됩니다.
이후, 1987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일명 ‘브룬트란트(Brundtland Report)’가 채택되며,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게 됩니다. 해당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미래세대가 필요로 할 환경자원을 고려해야 하며,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로부터 5년 후인 1992년, UNEP는 리우회의로 알려진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지구의 환경문제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리우선언’과 세부적 행동강령을 담은 ‘의제 21(Agenda 21)’을 채택하였으며, 동 회의에서 UN 3대 환경협약인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사막화방지협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이 환경협약들의 내용이 보다 발전하고 세부 목표가 수립되며 ESG 지표의 환경영역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의 꾸준한 관심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보고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1997년 미국의 환경시민단체 ‘CERES(Coalition for Environmentally Responsible Economies)’와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해 비영리단체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가 이러한 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 보급하는 것을 사명으로, 미국에서 설립되었습니다. 현재 GRI 표준은 시대상에 맞게 지속적으로 개정, 발표되고 있으며, 경제, 환경, 사회 부문으로 나뉘어 기업이나 기관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본적인 프레임워크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환경 및 사회에 대한 여러 규정이 기업들에게 부담만 준다면, 응답 없는 메아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2006년, UN의 주도하에 지속가능성 투자 원칙을 준수하는 국제 투자 기관 연합체인 UN PRI가 결성되었으며, UN PRI주도로 ‘책임투자원칙(Principles of Responsible Investing)’이 제정되었습니다. 당시 사회적 관심이 높던 지구온난화(E), 인권문제(S), 기업비리(G)를 포함하여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된 이슈를 투자 정책 수립 및 의사결정, 자산 운용 등에 고려한다는 원칙을 발표하였으며, 글로벌 금융위기(’08)는 윤리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ESG 투자가 전세계적으로 더욱 증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면 관계상 모든 내용을 다 싣지는 못하였지만, 위 내용을 통해 ESG의 발전 과정과 역사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 글을 통해 ESG라는 것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오래 동안 이루어져 왔는지, 얼마나 전세계적인 관심이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ESG라는 것이 단순 유행에 그치는 경영 전략이라는 오해도 없었으면 합니다.
다음 지면을 통해서는 실제 ‘ESG’ 지표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여러 사례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